거리를 거닐다보면 봉쥬르(Bonjour, 프랑스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라는 인사를 쉽게 들을 수 있는 서래마을. 1985년 한남동에 있던 주한프랑스학교(Ecole Francaise de Seoul)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자연스레 프랑스인 거주지로 발전했고, 2008년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1000여 명의 프랑스인 중 절반이 이곳에 살고 있다. 이쯤 되면 눈치 채셨겠지만, 이번 봄맞이 시민과의 동행취재의 무대는 바로 서울 속의 작은 프랑스, 서래마을이다. 동행자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4년 넘게 서울에 살고 있는 마리 피에르(서래 글로벌센터장)씨. 친절함과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그녀와 함께 봄 햇살이 스며든 서래마을로 다녀온 짧은 여행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
외국인에겐 한국 생활을, 한국인에겐 외국문화를! 서래글로벌센터
그녀와 나의 첫 만남은 우리 여행의 시작과 끝이기도 한 서래글로벌센터에서 이뤄졌다. 서래마을의 중심에 위치한 서래글로벌센터는 프랑스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서울 생활을 돕기 위한 외국인 전용 주민 센터로 한국어 교육 및 자수, 매듭교실, 한지공예 등 다양한 한국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프랑스어 클래스가 열리고 있으며, 특히 프랑스인이 영어로 진행하는 '와인클래스'는 서래글로벌센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문화 강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주민과 하나 될 수 있도록 한불음악회, 벼룩시장 등 알차고 신나는 만남의 장을 열고 있으니 프랑스 문화에 관심 있거나 외국 친구들과 사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래글로벌센터 홈페이지(http://global.seoul.go.kr/seorae)에서 이벤트 코너를 숙지하도록 하자.
프랑스 가정식 뷔페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 마들렌
마리씨가 제일 먼저 내게 소개한 곳은 프랑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레스토랑 ‘마들렌’이었다. 서래로 초입에 있는 이곳은 프랑스 가정식 뷔페를 평일 점심에 만 천 원으로 즐길 수 있어 많은 프랑스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라고 한다. 들어서는 순간 고풍스러운 갈색 피아노와 귀여운 소품으로 장식한 안락하면서도 예쁜 인테리어가 두 눈을 사로잡았고, 한쪽 편엔 점심 뷔페를 위해 샐러드바가 마련되어 있었다. 3시쯤 찾았을 때 이미 음식이 동이 난 상태였다. 점심 메뉴는 1시 30분까지 주문을 받는다고 하니, 늦지 않게 간다면 사랑하는 가족 또는 친구들과 맛있는 프랑스 요리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프랑스 정통 마카롱 만드는 법, 이곳에서 배우세요! 에콜 두스
다음으로 찾은 곳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제과제빵학교, ‘에콜 두스(L'ecole douce)’였다. 이곳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제과명장으로 인정받은 정홍연 쉐프와 파리에서 과자와 요리학교를 졸업한 이가림 쉐프가 정통 홈베이킹을 가르치는 곳이다. 그곳에 들어서서 사진 촬영을 허락받고 난 후부터 마리씨는 반가운 얼굴로 다양한 프랑스 제품들(치즈, 시럽 등)을 가리키며 프랑스에서 유명한 것이라 알려줬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이곳에서 만들어진 마카롱, 에끌레어, 잼, 까눌레 등 프랑스 과자들을 맛볼 수 있는 ‘오뗄두스(Hotel Douce)’라는 아담한 카페를 찾았다. 에콜두스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페에서도 마리씨는 도착하자마자 프랑스 정통 차와 설탕 등의 설명을 잊지 않았다. 초콜릿 향이 나는 프랑스 차와 아무것도 넣지 않은 100% 갈색 설탕은 마리씨와 함께 오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깔끔한 맛이 일품인 허브차와 마카롱 등을 맛보았다. 지금까지 여러 번 마카롱을 맛보았지만, 이곳의 마카롱은 겉은 반질반질하면서 안은 쫄깃한 맛이 느껴졌다. 마리씨는 마카롱 중간에 속이 살짝 비어있는 것을 가리키며, 정말 제대로 구운 것이라고 가르쳐줬다. 프랑스인이 인정한 프랑스 과자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간단하게 차를 마시고 난 뒤, 역시 프랑스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제과제빵점 ‘아뜰리에’를 찾았다. 최근에 문을 열었다는 이곳은 동화 속에서 본 것과 같은 예쁜 가게에서 소녀 같은 쉐프님이 먹음직스러운 빵과 과자 등을 만들고 계셨다. 이곳엔 특히 프랑스에서 직수입되는 잼도 마련되어 있어서 마리씨가 즐겨 찾는 곳이지만, 들릴 때마다 이미 다 팔리고 없어서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가야하는 아쉬움도 담긴 곳이라고 한다.
독특한 건축물로 시선을 사로잡는! 프랑스학교
다음 발걸음은 서래마을을 탄생시킨 주역과도 같은 곳인 프랑스학교로 옮겼다. 사전에 허락되지 않으면 사진촬영이 어렵지만, 마리씨의 딸이 이 학교를 다녔던 덕분에 수월하게 내부 촬영 및 견학이 가능했다. 들어서자마자 독특한 학교 건물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마리씨는 이곳의 건축 디자인을 좋아한다고 전하면서 사진 찍기 좋은 다양한 각도를 소개해줬다. 프랑스 현지 학교 구조는 물론 교육과정까지 똑같은 이곳엔 도서관, 유아도서관, 식당, 강의실 및 작은 운동장까지 다양한 시설들이 구비되어있었다. 학사 일정도 프랑스 현지와 똑같이 9월에 시작되어 6월에 끝난다.
하얀 토끼와 함께 푸른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몽마르뜨 공원
서래마을하면 레스토랑과 예쁜 카페로 유명하지만, 마리씨는 서래마을의 자랑을 녹지라고 표현한다. 때문에 오르기 전엔 내게 그저 작은 언덕에 불과했던 몽마르뜨 공원이 그녀의 설명 하나하나에 새로운 공원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곳이 집인 귀여운 하얀토끼, 프랑스 삼색 국기가 새겨진 몽마르뜨 팻말, 북쪽으로는 남산과 서울N타워, 그리고 남쪽으로는 예술의 전당 건물 지붕과 관악산을 볼 수 있는 경관까지 몽마르뜨 공원만의 독특함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조금 더 가다보면, 그녀가 즐겨찾는 또 하나의 명소 누에다리가 나타난다. 몽마르뜨 공원과 고속터미널을 잇는 누에다리는 밤이 되면 여러 색깔로 빛이 나서, 기분까지 새로워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몽마르뜨 공원에서 얕게 트인 산길로 내려오다 보면 서초구의 자랑인 국립디지털 도서관이 보인다. 서울에서 태어나 30년 넘게 서울에서 쭉 살아왔지만 국립디지털도서관을 가본 적이 없는 내게 마리씨는 너무나 멋진 곳이라며 자랑이 한창이었다. 비록 외국인이라 매번 이용할 때마다 신청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북카페가 있어서 누구나 와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고, 다양한 자료가 가득한 이곳이 서래마을 사람들을 더욱 부지런하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산길을 포함하여 2Km 넘는 거리를 걸으면서도 마리씨는 전혀 지치거나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도리어 서래마을의 다양한 점을 전해주고 싶은 열정으로 작은 간판 하나, 건물 이름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전해줬다. 서로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해야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녀의 친절함과 밝은 미소 덕분에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래마을을 즐겁게 다닐 수 있었다. 철물점 간판 하나도 도로 지명도 모두 프랑스어로 표기되어 있는 작은 프랑스이자 맛있는 음식, 편안한 쉼, 푸른 자연, 학습, 문화 등 색색가지 모습이 가득한 서래마을. 이번 주말엔 사랑하는 사람과 이곳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